김시현, 현재가 아무리 힘들어도 모두 지나간다는 ‘시역과의’ 전
박윤경, 몇 년 동안 모아온 영화포스터 오브제로 사용해
대구 수성아트피아가 다음달 4일까지 김시현·박윤경 작가의 초대전을 연다.
호반갤러리에서 열리는 서예가 김시현 초대전의 주제는 ‘시역과의(是亦過矣)’다. ‘현재가 아무리 힘들어도 모두 지나간다’는 뜻이다. 작품 40여 점을 만나볼 수 있다.
이 주제는 작가에게 닥친 몇 차례의 시련과 관련이 깊다. 이미 대장암과 혈액암을 거친 김시현 작가는 최근에 위암 판정을 받았다. 육신의 고통과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온 몸으로 이겨낸 작가는 스스로에게 삼암처사라는 별명을 붙일 정도로 세 번째 암 판정에는 초연히 미소로 일관했다.
이번 초대전에 전시할 남상, 무애, 좌화취월 등 작품의 글씨에도 그의 심정이 반영됐다. 지난 23일 전시 개막에서 만난 김시현 작가는 “개인적으로는 대장암과 혈액암으로 투병했는데 지난 연말에 위암수술까지 받아 삼암처사(?)가 됐다. 사스와 메르스가 지나갔듯이 내 몸에 찾아온 질병과 코로나도 마찬가지로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생각으로 작품을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특히 전시장 마지막에 놓인 작품 ‘부운(浮雲)’은 인상깊다.
작품에는 ‘생야일편부운기 사야일편부운감(生也一片浮雲起 死也一片浮雲減) 부운자체본무실 생사거래역여연(浮雲自體本無實 生死去來亦如然)’이라고 적혀있다. ‘생은 한조각 구름이 일어남이요, 죽음은 한조각 구름이 스러짐인데 뜬구름 자체는 본래 실체가 없나니, 나고 죽고 오고 감이 또한 이와 같구나’라는 뜻이 담겨있다. 작가는 마지막 여생을 생각하며 살아온 세상에 대해 욕심없이 편안하게 보내고 싶은 마음을 표현했다.
멀티아트홀에서는 ‘A FEAST OF LIES-스치다’라는 주제로 박윤경 작가의 초대전이 마련됐다. 모두 20여 점의 작품을 볼 수 있다. 종이재단, 천공, 거칠게 뜯어 붙인 오브제는 박윤경 작가의 작업을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이다.
이번 작품은 몇 년 동안 모아온 영화포스터를 오브제로 사용한다. 영화포스터를 절단하고, 펀칭기를 이용해 포스터의 모서리를 뚫거나 찢어서 절단한 포스터를 잘라 나무판넬 위에 붙였다.
'A FEAST OF LIES' 시리즈는 2018년부터 시작해 완성된 작품이다. 근작은 평면뿐만 정육면체의 입방체를 작업의 바탕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작가에게 이러한 영화포스터는 허구성을 표현하는 좋은 재료로 사용됐다. 현 세상에도 사람 간 거짓과 가식이 무수히 존재하지만, 가려진 진실을 드러내는 매개체로 영화포스터를 선택한 이유이다.
종이 콜라주 작업에는 상처와 결핍, 염원, 사유 그리고 수양과 수련이 농밀하게 녹아있다. 박 작가는 “이번 전시는 모두 영화리플렛으로 제작했다”며 “영화는 기술과 자본에 민감한 산업이자 인간의 서사를 담은 예술이다. 이런 행위는 나의 수련방식이자 치유”라고 설명했다.
동양화를 전공한 작가는 4회의 개인전과 계명한국화회전, 오월에전, 희희낙락전 등의 단체전에 50여 회 출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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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작성일: 2021. 3. 28
구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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