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무르는 곳에서 주인이 되라.
사시중운(師示衆云), 도류(道流)야 불법무용공처(佛法無用功處)요
임제선사께서 대중들에게 말씀하셨다. 도를 배우는 벗들이여! 불법은 애써 공을 들여서 하는 것이 아니다.
지시평상무사(祇是平常無事)니 아시송요(屙屎送尿)하며 착의끽반(著衣喫飯)하며 곤래즉와(困來卽臥)라
그저 평상대로 아무 일 없는 것이다. 똥 싸고 오줌 누며, 옷 입고 밥 먹으며, 피곤하면 눕는 것이다.
우인소아(愚人笑我)나 지내지언(智乃知焉)이니라
어리석은 사람은 나를 비웃겠지만 지혜로운 사람은 알 것이다.
고인운(古人云), 향외작공부(向外作工夫)는 총시의완한(總是癡頑漢)이라하니라
옛사람이 말하기를 ‘자신 밖을 향해서 공부하는 사람은 모두가 어리석고 고집스런 놈들이다.’라고 하였다.
이차(儞且) 수처작주(隨處作主)하면 입처개진(立處皆眞)하야 경래회환부득(境來回換不得)하야
그대들이 어디를 가나 주인이 된다면 서 있는 곳마다 그대로가 모두 참된 것이 된다. 어떤 경계가 다가온다 하여도 끄달리지 않을 것이다.
종유종래습기오무간업(縱有從來習氣五無間業)하야도 자위해탈대해(自爲解脫大海)니라
설령 묵은 습기와 무간지옥에 들어갈 다섯 가지 죄업이 있다 하더라도 저절로 해탈의 큰 바다로 변할 것이다.
- [임제선사, 벽암록(碧巖錄)]
54×54cm, 한지
2020
※임제선사(臨濟禪師)는 중국 당나라 때의 선승(禪僧)으로 임제종(臨濟宗)의 개조(開祖)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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